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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무연고저소득층 장례지원사업을 결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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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무연고저소득층 장례지원사업을 결산하며

임흥달 개인기부자 지정기탁-무연고저소득층 장례지원사업을 마치며 존엄하다는 것은 ‘높고 엄숙함, 높아서 범할 수 없음 신앙의 대상이나 절대자의 위력에 압도되어 엄숙하고 경건해지는 감정’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존엄하게 죽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죽음 앞에서 지켜야 할 예의 같은 게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죽으면 그만인데. 나는 한때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것이 삶을 놓는 말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의 죽음을 만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창립 이래로 우리 조합은 존엄한 죽음에 관해 관심을 두었다. 하지만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존엄한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은 사람 수만큼이나 넓은 개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것은 사회적 약자의 죽음과 추모였다. 그들은 홀로 죽거나, 죽어서도 계속 혼자 죽음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의 죽음에 관심을 두는 이는 상황을 처리해야 하는 담당 공무원이거나 생전에 그를 보살피던 지역의 단체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고인과 생전에 일면식이 있던 이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 큰 차이가 있었다. 심리적 교류가 없는 이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요구할 수 없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슬픔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니 담당자에게 그의 죽음을 존엄하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라는 주문은 가혹한 일 같았다. 그것은 무심하고도 반복적으로 헌신을 요구하는 일이 되기 쉽기 때문에. 매번 어떻게든 치러보고자 하는 내 의지는 그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마음만으로는 이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우리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돈 없으니 죽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말은 얼마나 웃픈 표현인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래도 그런 세상은 만들지 말아야지, 다짐했던 것을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과 함께하는 추모(장례) 지원사업’으로 만들게 되었다. 서울조합은 돈 없어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이들을 위해 2013년부터 저소득층의 장례(추모)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 이것으로 이룬 성과는 돈의동 쪽방촌에서 추모관을 만들어 홀로 죽어간 이를 추모하는 사업으로 만들어졌다. 2017년부터는 서울시와 함께 안정적인 지원 모델을 만들기 위해 MOU를 맺고 서울형 추모 지원 시스템‘그리다’사업을 완성시켰다. 무연고와 저소득층의 추모(장례) 지원 시스템이 마련됐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서류상으로 표기된 가족 때문에, 기초 생활 수급증이 없어서 장례지원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즈음 임종한 조합원이 아버님을 보내며 받은 조의금을 사랑의 열매를 통해 우리 조합에 기부했다. 우리 조합은 <2018 임흥달 개인 기부자 지정기탁-무연고 저소득층 장례지원 사업>을 통해 이 문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다. 덕분에 추모(장례) 지원 사업을 다른 차원으로 만들어 갈 수 있었다. 품위 있게 보낸다는 말은 살아있는 이들의 단어일 것이다. 좋은 장례 용품을 쓰거나 쾌적한 빈소 안에서 고인을 보내는 것으로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품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떠나며 다른 이들의 죽음까지 챙겨준 임흥달(임종한 조합원의 아버님)님이야말로 이 단어를 가질만한 분이 아닐까. 존엄하고 품위 있게 떠난 그가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는지 알 수 없겠지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잘 지내고 있으시죠? 덕분에 우리도 잘 지내고 있어요.’ 돈이 없어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이들을 다시 한번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 사업이 가진 가장 큰 의미는 이것이다. 슬픔은 함께 나누자. 우은주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 사무국장

2021. 0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