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고 비우고
채비 이야기
죽으면 다시 만나지 못하는 걸까요?
- 2025.07.29 메멘토모리
-
35
죽음은 돌아가는 것/ 다니카와 슌타로/ 너머학교
저자 다니카와 슌타로는 쉽고 아름다운 시를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일본의 국민 시인이기도 하다. 저자가 처음 죽음을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었다고 한다. 당시 교토에서 살고 있던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는 어머니와 가차를 타고 그곳으로 갔다. 하지만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시고 말았다.
“어머니가 작별 인사를 하고 오라고 하셔서, 나는 혼자 할아버지가 누워 계시는 방에 들어갔다. 얼굴 위에 덮인 하얀 천을 걷어 올리고 할아버지 이마에 손을 대어 보니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가웠다. 왠지 모르게 무서워져서 다른 식구들이 있는 방으로 뛰어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손으로 만져 본 듯한 느낌이었다. 책에서 읽거나 영화에서 본 죽음과는 완전히 달랐다.”
저자는 그때의 경험을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겪으며 죽음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 소녀의 이야기에 녹여 내어 이 책을 썼다. 소녀는 할아버지의 이마가 차가워서 두려웠지만 할아버지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 중 슬퍼서 우는 사람보다 할아버지와의 좋은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그리고 자기도 왠지 별로 슬프지 않아서 별로 울지 않았다고도 한다. 할아버지는 더 이상 안 계시지만 소녀는 할아버지가 어딘가 계실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거나 녹화된 영상을 보면 할아버지가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버지는 영혼이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보이지도 냄새 맡을 수도 없는 영혼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하고 또 질문이 솟아났다.
사실 우리는 죽은 다음에 어떤 일이 닥칠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두려운지도 모른다. 죽으면 몸은 사라지고 영혼만 남는다는 사람도 있고, 영혼 같은 건 없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고. 죽는다는 것은 사람이 물질인 몸에서 벗어나 우리의 진짜 고향인 에너지로 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말한다.
“몸이 죽으면 그것으로 정말 인간은 끝나는 걸까? 아니면 몸이 사라진 뒤에도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이 계속 존재하는 걸까? ‘믿는다는 것’을 통해서나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썼다.”
죽으면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몸이 죽어도 살아남는 영혼 같은 게 있는지 우린 알지 못한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 생명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듯이 죽음 또한 삶의 과정 중 하나다.
(출판사 책소개 중 발췌)
- 이전글채비 생각카드 #07 현재 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2025.08.05
- 다음글[24%의 기적] 다사사회(多死社會)2025.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