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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비 이야기
[24%의 기적] 다사사회(多死社會)
- 2025.07.24 채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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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사회는 2005년 일본에서 처음 나온 용어다. 당시 일본에서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점점 그 차이가 벌어졌다. 태어나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많아지면 인구는 가파르게 감소한다. 한국도 2022년 사망률(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 수)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다사사회에 본격 진입했다.
국내 사망자 수는 1980년대부터 2019년까지는 20만 명 대에 머물러왔다. 그러다 2020년 30만 4,948명으로 30만 명대를 돌파한 뒤 2021년(31만 7,680명), 2022년(37만 2,800명)까지 증가세가 가파르다. 한국 인구의 자연 감소는 2020년 사망자 수(30만 4,948명)가 출생아 수(27만 2,337명)를 넘어서면서 이미 시작됐다. 통계청과 보건사회연구원은 2040년 전후까지 이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사사회가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먼저 장례와 묘지 등 장사시설과 인프라가 부족해진다. 이미 장례식장, 화장장, 봉안당 등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예약 대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장사시설을 늘리려 해도 지역 민원과 비용 등의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기존 장례 방식은 축소되거나 전환할 것이다. 우리 조합이 치르는 최근 장례를 살펴봐도 점점 장례식 규모가 작아지고 곧바로 화장하는 무빈소 장례도 많아지고 있다. 또 장례 후 유골함을 집으로 가져가는 유족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고령자 가구의 고독사도 증가할 것이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지인 등 주변과 단절된 채 홀로 사망하는 경우를 말한다.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 시간 후 발견되는 죽음이다. 고독사 사망자는 2022년 3,559명, 2023년 3,661명으로 2021년 3,378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기준 한국 65세 이상 1인 가구는 170만 명에 달하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죽음뿐 아니라 의료와 돌봄 시스템도 과부하 상태가 될 것이다. 말기 암 환자, 노인성 질환자,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병상과 의료 인력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수요도 급증하고, 요양시설과 재가 돌봄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설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농촌 및 지방 소도시는 인구 소멸로 마을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빈집과 빈 상가가 증가하면서 일부 도시는 슬럼화가 가속할 것이다. 공공 인프라, 즉 도로, 상하수도, 병원 등은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이로 인해 경제 활력이 저하되고, 소비가 위축되고 사회 전반이 침체할 것이다. 농촌이나 지방 소도시가 소멸하면 그다음 순서는 대도시가 될 것이다.
우리는 다사사회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우울한 상상(예측?)이지만 우리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다면 절망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죽음과 장례의 의미를 묻는다>의 저자 고타니 미도리는 “사회가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고독사나 고립사의 불안을 무턱대고 자극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죽는 방법을 선택하지는 못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이변을 알아차릴 수 있는 체제를 갖출 수는 있다. ...만일을 대비한 제도나 시스템이 있어도 사람과 사람의 네트워크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으로는 다사사회의 파도를 극복할 수 없다. 사람에 기반한 네트워크와 공동체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
*전체 납입금 중 운영비율을 의미하는 ‘24%의 기적’은 조합의중요한 이슈와 가치를 담은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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