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례식장에서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시민 1인당 하루 플라스틱 배출량은 2016년 110그램에서 2020년 236그램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장례식장은 어떤가. 장례식장 한 곳에서 연간 72만 개, 전국 2억 1천600만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홍성의료원, 아산의료원, 서산의료원, 태안상례원, 군산의료원 등이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있다. 대구시, 거창군도 다회용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상급병원 최초로 강남삼성병원장례식장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장례식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장례식은 보통 3일 동안 치르는데, 이때 상주나 유족은 장례식장에 상주하면서 문상객을 맞이한다. 조문을 끝낸 문상객은 대개 식사를 하거나 음료 등을 제공받는데, 이때 일회용기에 담긴 음식이 나온다.
일회용기 한 박스에는 200인분이나 300인분의 밥, 국, 접시 대중소, 수저(플라스틱), 종이컵, 상보(비닐) 등 다양한 재질의 용기가 담겨 있다. 200인분 1박스의 가격은 10만 원 정도다. 이 일회용품은 장례식장에서 구매하거나 상주나 유족이 속한 회사에서 무상제공한다. 장례가 끝나면 음식이나 음료를 담았던 일회용기는 전량 페기된다. 이때 음식물 쓰레기도 다량 발생한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설립 당시부터 일회용기 사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설거지 트럭을 개발하려고도 했고, 유족의 요청으로 남대문 시장에서 다회용기를 구입해 장례식장에서 설거지를 한 적도 있다.
유○○ 전 장관 모친상에서는 상주의 요청으로 커피머신을 설치하고 다과를 제공한 적도 있다. 장례식장은 싫다며 집에서 장례를 치른 사례도 여럿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충무로에 ‘공간채비’를 마련하고 다과와 음료를 제공하는 ‘작은장례’를 실천하고 있다.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은 왜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편리하기 때문이다. 장례에서는 짧은 시간에 대규모 인원이 몰린다. 그렇다 보니 일회용품이 필수적이다. 또 일회용품 판매로 수익을 올리거나 마케팅을 하는 의전업체도 있다. 일회용품은 다회용기에 비해 가격이 2~3배 저렴하다. 정부의 의지도 문제다.
다회용기 사업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려면 정부의 의지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일회용기가 ‘자원재활용법’의 규제 대상이 된 것은 참으로 아쉬운 점이다. 다회용기를 제공하려는 장례식장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상조업체의 비협조도 개선되어야 한다. 접객 관리사들은 일회용품보다 무겁고 다루기 힘든 다회용기를 기피한다. 그에 따른 보상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장례 현장에서 다량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도 줄여나가야 한다. 음식물을 담지 않는다면 일회용 쓰레기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먹는다면, 술 대신 건강차를 마신다면, 커피와 쿠키를 먹는다면 어떨까. 기후변화의 시대에 장례식장을 친환경의 대명사로 만들자.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다회용기 사용을 적극 환영한다.
김경환 |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
*전체 납입금 중 운영비율을 의미하는 ‘24%의 기적’은 조합의 중요한 이슈와 가치를 담은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