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맘때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공지를 보고 ‘작은모임’ 신청서를 냈다. 엄마의 장례를 잘 치르고 싶어서 가입한 조합에서 조합원의 자발적 모임을 지원한다고 하니 반가웠다. 당시 워크숍에서 만난 상담사에게 제안해 둘이서 애도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공지를 보고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애도 작업을 했다. 우리의 애도는 이미 떠나보낸 가까운 사람에 대한 마음을 다독이고 또 다가올 이별을 미리 준비하는 작업이었다.
애도 모임은 좋은 기회였다.
나는 이후에 모의 추모식도 경험했고, 애도 작업을 진행하면서 감정에 대해서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또 감정이 몸과 연결되어 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몸 작업(소마틱스)에도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또 하나의 계기는 사진첩을 만들면서 느낀 변화였다.
사진 파일을 실물 사진으로 인화한 적이 있었는데 그 업체에서 메일이 왔다. 사진첩 할인 소식이었다. 그 사진첩은 내 맘대로 만들 수 있는 방식이어서 더 좋았다. 엄마가 집을 떠나 병원과 요양원에서 지내시게 된 후 내 폴더에 쌓인 엄마 사진들을 정리할 기회다 싶었다.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업체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써서 엄마 사진첩을 파일로 만들었다.
우선 폴더에 있는 6년 치 파일 중에서 사진첩에 넣을 것들을 골랐고, 컴퓨터 화면 속에서 그 사진들을 이리저리 배치하고 배경을 꾸몄다. 이 사진 저 사진을 들여다보는 동안 여러 기억이 떠올랐고 다양한 감정이 지나갔다. 사진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바뀌는 것도 발견했다. 며칠 후 택배로 받은 사진첩은 나에게 주는 연말 선물이 되었고 또 소중한 기록이 되었다.
지난달에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에 작은모임 신청서를 다시 냈고 내 기획안도 통과되었다.
내 계획은 감정 작업과 사진첩 만들기를 결합한 내용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다면, 아버지 사진을 모으고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을 돌아보며 내 안의 감정을 만나는 것이다. 간직하고 싶은 좋은 감정은 더 깊이 느껴보고, 피하고 싶은 감정은 가만히 들여다본다. 또 모호한 감정이 있다면 그 감정에 귀 기울인다. 내 감정이 하는 이야기를 온몸으로 듣는 작업이다.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면 변화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몸과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내용도 첫날 소개할 계획이다.
사진첩은 두껍고 큰 카드처럼 한 번 접히고 받침대도 있는 스탠딩포토로 만들려고 한다.
지금 내 책상 위에는 엄마가 손을 흔드는 사진이 있다. 지난 가을에 엄마 추모식을 치르고 나서 마지막 4년의 모습과 추모식 광경을 담아 만든 스탠딩포토다. 나는 종종 소리 내어 엄마한테 인사를 건네고 가끔은 사진 속 엄마와 미소를 주고받는다.
이번 여행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이 특히 크다.
한 번 가 본 여행지에 다른 사람들과 한 번 더 가는 기분이다. 함께하는 애도와 치유 작업에 대한 기대를 안고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