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피어난 개나리 군락지 주변에 군데군데 진달래도 얼굴을 내밀었다. 겨울은 길고 희망은 멀게만 느껴졌는데 봄이 왔다. 더디지만 마침내 우리 곁에 왔다. 이미 왔었는데 늦게 알았는지도 모른다.
해마다 2~3월은 협동조합 총회 시즌이다. 우리 조합은 2월에 서울조합, 3월에 연합회 총회를 치렀다. 결산하랴, 자료집 준비하랴, 참가 요청하랴 분주했다. 열다섯 번째 겪는 일이다. 2010년 1월에 창립했으니, 이제 16년 차 중견 협동조합이다.
긴 세월 동안 풍파도, 고비도 많았지만 아직은 건재하다. 많은 협동조합이 만들어졌지만 문을 닫은 곳도 많다. 지난해 말에도 알만한 협동조합이 폐업했다. 밝은 소식은 없고 안타까운 소식만 들린다. 경제가 어렵고 경기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혹독한 겨울이다.
며칠 전 ‘라이더 유니온’과 협약을 맺었다. 배달노동자들에게 상조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그보다 앞서, 울림두레생협, 스마트협동조합,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와도 비슷한 내용의 협약을 마쳤다. 우리 조합의 상조서비스를 이용하면 바가지 쓸 일 없고, 타 상조에 비해 비용도 저렴하다. 이렇게 협약을 맺은 곳이 50여 곳에 달한다.
서로가 좋고, 서로에게 필요한 방식인데 아직 성과는 크지 않다.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꽃을 피우겠지, 하는 마음으로 확대하고 있다. 홍보도 부족하고, 마케팅도 미약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협동과 연대 뿐이다.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방식이기도 하다. 가난한 이들은 얼굴만 봐도 반가운 법이다.
요즘 평소 못 봤던 친구들을 곧잘 거리에서 만난다. 20대~30대 청춘에 보던 이들이다. 이제 머리도 하얗게 센 60대 노인들이 손을 마주 잡고 웃는다. 이 친구들을 언제 또 보려나.
광장에서 만난 이들은 광장에서 헤어진다. 짠하지만 힘도 된다. 이런 힘이 모여 희망을 만든다.
너나없이 어려운 시절을 우리는 견디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그 시간은 참 힘들다. 그럴 때 봄이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어디선가 활짝 꽃을 피우고, 단단한 땅을 뚫고 어린 새싹이 올라오고, 찬바람이 훈훈해진다. 약동하지 않는가.
우리 조합도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지만 손잡자고, 협력하자고, 함께 하자고 찾는 이도 많다.
그 힘으로 산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벽도 결국 금이 가고 기울어질 것이다.
그러니 더 가보자. 가는 동안을 살아지고, 삶은 계속될 테니까.
김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
*전체 납입금 중 운영비율을 의미하는 ‘24%의 기적’은 조합의중요한 이슈와 가치를 담은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