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스틴>은 신군부 세력의 민주화운동 탄압과 유혈 진압에 맞서 죽음을 무릅쓰고 항거한 ‘5·18 민주화운동’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낸 그림책이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가해자의 입장이었던 계엄군 총 ‘씩스틴’이 시민들의 힘을 느끼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신념이 흔들리고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통해 시민들의 저항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더욱 설득력 있게 그렸다.
책 속의 주인공인 ‘씩스틴’은 세상에 갓 나온 M16 소총입니다. 특수 부대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고 광주에서 폭동을 일으킨 ‘빨갱이 폭도’를 소탕하라는 임무를 완수하러 광장으로 간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토록 가차 없이 작전을 수행했는데도 폭동이 사그라들기는커녕 더 많은 폭도들이 광장으로 몰려나온다. 최루탄을 마구 퍼붓고 장갑차로 위협해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하게 뭉친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시위대가 계엄군을 에워싸자 씩스틴은 점점 초조하고 불안해진다. 씩스틴은 자신이 처음으로 쏜 대상이 ‘사람’이었음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한다. 결국 씩스틴은 발포 명령을 거부한다.
계엄군이 물러간 뒤 며칠 동안 광장엔 그 어느 때보다 질서정연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시민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계엄군과 격렬하게 맞서 싸운 현장을 정리하고, 부상당한 사람들을 돌보고, 피를 흘린 사람들에게 헌혈하고, 아주머니들은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 준다. 가게 주인은 음료수를 내오느라 바쁘고, 여공들은 시신을 정성껏 닦아 준다. 어른 아이 할것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서로 아낌없이 나눈다. 민주주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시민 자치제가 실현된 것이다. 씩스틴은 그런 사람들 속에서 작은 씨앗망울이 눈부시게 광장 가득 피어오르는 모습을 본다. ‘계엄군은 나를 지키고, 나는 계엄군을 지킨다.’고 굳게 믿었던 씩스틴은 이제 ‘시민이 나를 지키고, 나는 시민을 지킨다.’는 확신을 얻는다. 그리고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본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씩스틴>은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이어가는 길은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한 단계로 끌어올리는 ‘평화와 상생’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가해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 폭력은 멈추며, 그곳에서 화해와 평화가 시작된다고.
(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 발췌)
‘메멘토모리’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이며, 삶과 죽음에 관련한 문화 컨텐츠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