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고 비우고

채비 이야기

2024.08.09 00:00

우리가 두고 갈 것들


오소리의 선물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세밀하고 따뜻한 그림과 어우러진 훈훈한 이야기는 책을 덮었을 때 오히려 웃음을 짓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오소리의 마지막 꿈으로 묘사된 죽음의 과정은 마치 구속된 몸을 벗어나 영혼이 자유로워짐을 보여 준다.

오소리의 선물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세밀하고 따뜻한 그림과 어우러진 훈훈한 이야기는 책을 덮었을 때 오히려 웃음을 짓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오소리의 마지막 꿈으로 묘사된 죽음의 과정은 마치 구속된 몸을 벗어나 영혼이 자유로워짐을 보여 준다.

오소리는 누구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나 도와주었기 때문에, 모두들 그를 믿고 의지했다. 오소리는 나이가 많았고 이제 죽을 때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았다. 오소리는 자신이 죽었을 때, 친구들 마음이 어떨까 걱정했다. 늦은 밤 커튼을 치고 저녁 식사를 하고는 책상에 앉아 편지를 썼다. 그러고 나서 흔들의자에 앉아 잠들었고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터널을 달렸다. 그리고 다음 날, 오소리네 집 앞에 모인 친구들은 오소리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들은 모두 큰 슬픔에 빠졌다. 친구들은 때때로 한데 모여서 오소리가 살아 있었을 때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오소리는 두더지에게 종이를 오려 두더지 모양의 사슬을 만드는 걸 가르쳐 주었고, 여우에겐 넥타이 매는 방법을 가르쳐 줬으며, 토끼 부인에겐 자신만의 요리법을 알려 주었다. 오소리가 준 이 선물은 다른 이에게 전해질 때마다 더욱 특별해졌다.

따스한 어느 봄날, 두더지는 오소리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언덕을 걸으며 오소리에게 이별 선물을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고마워요.”

두더지는 오소리가 듣고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상냥하게 말했어요.

그래요…… 아마도…… 오소리는 들었을 거예요.

자신이 떠나고 나서 남겨진 친구들의 슬픔을 걱정하는 오소리의 모습에서 '죽음'이 떠난 사람의 몫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의 몫임을 알 수 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와 친구들은 한데 모여 오소리가 소중하고 값진 보물을 이별 선물로 남기고 간 것을 깨닫는다.

이렇듯 '죽음'이 어느 한 생명을 단지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남기고 떠나는 것임을 말해 주고 있다. 그래서 죽는다는 게 꼭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님을, 어쩌면 특별한 선물을 남기고 떠나 '다른 이에게 전해질 때마다 더욱 특별'해져 빛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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