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인생에서 상실을 경험한다. 때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기도 하고, 어떤 이유로 헤어지기도 한다. 꿈이 꺾이기도 하고, 가진 것을 몽땅 잃어버리기도 한다.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그런 일은 종종 생긴다. 그리고 우리는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멍멍이를 잃은 에번은 성을 내며 정원을 망가뜨리기 시작한다. 그동안 멍멍이와 함께 돌봐 온 모든 것을 자르고, 베고, 내던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흐르자 정원은 이내 온갖 잡초들로 무성해진다. 그러다가 발견한 호박 덩굴 하나! 에번은 덩굴을 자를까 잠시 고민한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움이 자란다. 만지면 가렵고 냄새가 고약한 잡초들 사이에서도 보송보송한 솜털 잎을 지닌 연약한 호박 덩굴이 자라는 것처럼 말이다. 가장 어두운 에번의 시간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것들은 자라날 준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잘라 버릴지, 아니면 앞을 가로막는 잡초를 베고 물을 줄지를 선택하는 것뿐이다.
상처가 가득하거나 모든 것이 엉망진창일 때 다시 회복되는 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 처음 사랑할 때보다 다시 사랑할 때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용기가 아주 대단한 건 아니다. 필요한 건 호박 덩굴을 돌보는 아주아주 작은 용기쯤! 슬픔에 빠져 홀로 고립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 과거를 벗어던질 아주아주 작은 용기내면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망가진 정원》은 함께 살던 멍멍이를 잃은 여우 에번의 슬픔과 분노, 그리고 에번의 감정이 그대로 투영된 정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상실감’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더불어 시간이 흘러 정원에 자라나는 호박 덩굴을 통해 에번이 치유되고 회복하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희망’에 대한 메시지도 빼놓지 않는다. 깊은 상실감 속에서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해 주는 눈부신 그림책이다.
(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 발췌)
‘메멘토모리’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이며, 삶과 죽음에 관련한 문화 컨텐츠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