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고 비우고

채비 이야기

2024.10.11 00:00

아이와 고추잠자리가 함께 그려가는 따뜻한 만남 이야기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아빠께서 갑자기 돌아가신 뒤,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진 아이가 엄마를 그리며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다리는 것뿐이었거든요. 엄마를 향한 깊은 그리움을 아이는 어떻게 달래어 갈 수 있을까요?

저수지 안에서 물에 비친 하늘을 보며 날기를 꿈꾸던 고추잠자리 유충에게 드디어 하늘을 힘차게 나는 날이 왔습니다.

마냥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와 하늘 빼곡히 힘차게 나는 잠자리의 만남은 아이로 하여금 엄마께 편지를 쓰도록 이끌어 줍니다. 아이는 손톱만 한 편지에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 열 손가락 가득 잡은 잠자리에 매달아 날려보내지요.

엄마께 그 편지가 전해지길 기대하면서요. 그 이후, 아이는 잠자리를 볼 때마다 편지가 잘 전해졌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늦여름에서 가을에 이르기까지의 시간 동안, 아이는 잠자리에게 답을 들으려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며 둘의 친밀감은 점점 더해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서리를 맞은 채 꼼짝하지 않는 잠자리를 본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맙니다. 엄마를 그리워하면서도 꾹꾹 눌러왔던 눈물이 얼어 있는 잠자리를 보자 터져버린 것이지요. 하지만 아이는 이내 잠자리를 두 손으로 조심스레 안아 따뜻한 숨을 불어넣어 줍니다.

아이의 따뜻한 숨이 전해지자, 잠자리는 서서히 날개를 움직이며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그리고 아이의 눈 앞에 엄마의 얼굴이 보이지요. 마침내 엄마께서 오신 거예요!

잠자리의 언 몸에 온기를 전해준 아이의 따뜻한 손과 엄마의 따뜻한 가슴이 포개지고, 아이는 잠자리가 자신의 편지들을 엄마께 전해드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 발췌)

‘메멘토모리’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이며, 삶과 죽음에 관련한 문화 컨텐츠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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