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큰 장례식보다는 가족들과 조촐하게 작은 규모의 장례식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가족추모식을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할지 상담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준비합니다.
Q: 추모장례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기존 장례문화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기존 장례식은 대부분 병원이나 전문 장례식장에서 치러지는데, 고인을 위한 추모보다는 문상객을 접객하는 행사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황없이 치르는 경우가 많고 불필요한 비용도 많이 듭니다.
추모장례는 모든 것을 고인과 가족에게 초점을 맞춥니다. 고인께서 살아오셨던 생애와 삶의 모습을 추모식에서 함께 되돌아보고 그동안 못했던 마지막 인사나 사랑, 용서의 말들을 함께 나누면서 고인에 대한 추모와 이별의 슬픔을 위로 받는 장례서비스입니다.
Q: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어떻게 알게 되었으며 어떻게 함께 일하게 되었는지요?
2019년도에 김상현 이사장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행사 중심의 기존 장례문화를 바꿔기 위해 10여년을 고군분투하며 애써왔다는 말에 가슴이 뜨거워졌고 훌륭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부모님과 제 장례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합원으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보니 새로운 장례문화를 위한 다음 단계가 ‘추모 중심의 작은장례’ 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목회활동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돌보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아쉬움은 깊이 있는 이별과 위로의 방향성이었습니다. 추모장례에서 그런 바람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평소에 장례 문화와 죽음에 대해서 특별한 문제의식이 있으셨는지요?
장례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장례 관련 상품의 원가를 모른다 해도 어느 정도 가격일지는 예상해볼 수 있는데, 나중에 정산을 해보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 매겨지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니다,싶은 생각을 했고 아마 많은 분들이 하고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장례식을 치르는 3일 내내 손님만 치르다가 끝난다는 거죠. 장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주 큰 상처와 힘든 시간인데 그것을 제대로 위로 받지 못하고 슬픔을 느낄 시간도 없이 행사 중심으로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정작 고인은 잊혀지는 관계중심으로 행사가 끝나다 보니,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장례 이후 일상으로 돌아간 삶에서 힘들어하는 경우를 목회 생활하면서 너무나 많이 접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방식이든지 이 죽음의 문제에서 받는 상처와 상실감을 잘 치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추모장례가 있다면?
어머니를 모시고 있던 따님이 이제 혼자 상주가 돼서 어머니 추모장례를 치른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따님이 혼자 지내다 보니까 다른 가족들의 도움을 좀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저희와 좀 긴밀하게 준비를 좀 해 나갔어요. 상주 되신 따님이 처음으로 치러보는 추모장례에 대해 많이 어려워하시고 당황하셨는데 같이 준비를 하면서 잘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 추모식에서 독특한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추모 순서 중 어떤 따님의 친구분이 나오셔서 그동안 고인에게 살아생전에 따뜻한 밥 많이 얻어먹었는데, 이제 어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에 노래를 불러드리고 싶다고 해서 이선희씨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서’라는 노래를 불렀어요.
장례식 어울리는 노래도 아니고, 장례식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처음인 상황이었는데요, 노래를 들으면서 조문객들이 노래를 따라 했어요.
가사 중 서로 만나 서로 사랑을 하면서 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듣는 저도 부르는 조문객들도 모두 가슴이 뜨거워지는 뭉클한 경험을 했습니다.
Q: 채비플래너로 일하시면서 가장 힘들거나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추모장례가 기대만큼 많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좀 아쉽습니다.
장례를 준비하는 예비상주들에게 추모장례에 대해 취지를 설명하면 다들 너무 좋다고 하는데, 막상 본인이 하려는 것은 꺼려하실 때가 있어요.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혼자 결정할 수 있는 행사도 아니고, 주변에서 의식하는 생소함을 극복하고 행동으로 옮길 만한 문화적 장벽이 있는 거지요. 추모장례를 함께 준비하다가 막상 상이 발생하니 일반3일장으로 변경하신 분도 계셨어요.
Q: 추모장례를 준비하기 위해 평소에 준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요?
추모식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고인을 추모하는 영상입니다. 영상은 주로 사진으로 구성되는데요, 부모님의 장례를 준비한다면 미리 사진을 모아두시면 좋습니다. 또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잖아요. 살아 계신 모습을 가급적 자주 기록에 담아두신다면 고인을 기리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 외에 편지나 유품을 모아두면 좋습니다. 유품은 대단한 것이 아닌 고인의 주로 사용했던 일상적인 소품들, 그 유품들을 보면서 추억을 그릴 수 있으니까요.
Q: 평소에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영역에 관심이 많았는지요?
아무래도 제가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다 보니 누구와 경쟁해서 생존하는 방식이 아닌, 서로 함께 살아가는 삶, 서로 도움을 주는 삶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사회적 경제 관련한 공부도 했고, 한겨레두레 외에 한 두 군데 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고, 마을에서도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부족한 부분을 메우며 살아갈 수 있을지, 그런 고민들을 평소에 많이 합니다.
Q: 앞으로 삶의 계획이 있다면?
요즘에 삶을 조금씩 정리하는 쪽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이전에는 새로운 비전과 계획 같은 미래 지향적인 것들을 생각하면서 의욕적으로 많은 일을 벌려왔는데, 추모플래너를 하고 나서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공부를 하면서 이제는 삶을 조용하게 수렴하고 정리해서 소박하게 살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함께하는 공동체가 있다면, 서로 그렇게 잔잔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Q: 끝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추모장례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채비추모장례는 장례식의 한 종류나 예식이라기보다 유족들을 위한 위로의 프로그램이라는 것입니다. 유족들이 추모식을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는 소감을 많이 듣습니다. 대한민국에 우리 조합처럼 추모장례를 전문적으로 잘 치를 수 있는 장례서비스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