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고 비우고

채비 이야기

2022.05.11 00:00

이창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회장에게 묻다

지난 3월 24일(목) 오후 2시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연합회)는 정기총회를 열고 신임회장으로 이창환 이사를 선출하였다. 우리 연합회는 9개 회원조합으로 구성되었고, 소속 조합원은 3500명에 달한. 회장은 연합회의 대표이자 총회의 의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창환, 그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Q: 먼저 어려운 시기에 선뜻 중책을 맡아 주신 것에 대해 감사 드립니다. 회장 취임 전에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요.

“저는 노동자 집안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1984년 대학에 입학했고, 제 또래 많은 이들처럼 광주항쟁을 접하면서 학생운동을 시작했어요, 또 전태일 열사와 부모님의 삶을 접하면서 노동현장에 투신했고 주로 노동문화운동 영역에서 활동했어요. 그러다 1990년대 말 조합원들이 더이상 노동가요에 감동하지 않고 지도부의 호소에 귀 기울이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제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그즈음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공동육아를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롭고 평등한, 차별하지도 당하지도 않는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

Q: 그때부터 서울 마포구 성미산에서 마을운동을 하신 거군요.

”맞습니다. 공동육아에 참여하는 부모들이 협동으로 공동의 필요를 해결하고, 이 과정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지요. 성미산마을로 이사하고 본격적으로 ‘마을살이’를 하였습니다. 2012년부터는 서울시와 협력해 마을공동체사업, 주민자치사업, 협치사업 등 여러 영역에 두루 참여하면서 지금에 이르렀어요.“

Q: 한겨레두레협동조합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는지요.

”우리 조합이 꿈꾸는 소박하고 존엄한 장례는 마을에서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마을에서 이웃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떠나고 싶을 테니까요. 제가 관여하던 사단법인 마을과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이사를 파견하였습니다. 제가 그 역할을 이어 받아 서울조합의 부이사장으로 참여했어요. 물론 2013년에 이미 조합에 가입하기도 했고요.“

Q: 서울조합 이사장과 연합회 회장을 동시 맡고 있는데, 먼저 서울조합에서는 어떤 활동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우리 조합은 다른 협동조합과 다른 특성이 있습니다. 먼저 장례의 특성상 조합원의 일상활동에 한계가 있고 반복구매도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또 회원조합이 각자의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연합회가 합니다. 회원조합의 사업을 통한 활동하기 어렵다는 얘기지요. 저는 어렵더라도 협동을 통해 조합원 의 필요를 해결한다는 근본취지에 맞게 활동하려고 합니다. 조합원이 일상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하겠습니다. 조합원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Q: 연합회 회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울 텐데, 어떤 활동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우리 조합은 지난 10여 년간 여러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부패하고 혼탁한 장례시장에서 정직하고 투명하게 장례를 치러왔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장례도 챙기고 있습니다. 또한 허례허식의 장례문화를 바꾸기 위해 소박하고 간소한 ‘채비장례’도 창안하여 실행하고 있습니다. 내실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반면 만성적인 적자 속에서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 역시 회원조합, 사무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우리 조합은 여러 차례의 난관 장애를 슬기롭게 극복해 온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조합원을 믿고 현장에서 답을 구하겠습니다.”

Q: 복잡한 사안이나 갈등을 해결할 때 판단기준이나 원칙은 무엇인지요.

“사안마다 다르겠습니다만 일의 결과보다는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협동조합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 당장 일의 성과보다는 사람의 성장과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Q: 좋은 죽음, ‘웰다잉’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음, 어렵네요. 좋은 죽음은 자신이 살아온 삶과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삶이란 결국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삶이라 생각합니다. 이때 스스로 선다는 것은 서로를 살리는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고, 서로를 살리는 것도 스스로 서는 존재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좋은 죽음은 이와 같은 좋은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우리 조합이 잘한 점을 하나 꼽으라면?

“무엇보다 잘한 점은 10여 년 동안 협동조합의 원칙을 지키며 잘 유지해온 점을 꼽고 싶습니다. 협동조합기본법 이래 모범적인 협동조합의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저는 우리 조합이 안정적으로 잘 유지된 데는 책임감 있고 성실한 사무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의 주인은 물론 조합원이고, 조합의 운영에 대한 책임은 이사회가 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운영과 일은 상근하는 분들의 몫입니다. 사무국과 잘 협의해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습니다.”

Q: 우리 조합이 사회적경제진영에서 어떤 위상은 갖고 있다고 보시나요.

“자본 중심의 상조사업을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시도하고 개척해 왔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직 성공사례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위상이 아닐까. 희망사항인가(웃음).”

Q: 긴 시간 말씀 감사합니다. 끝으로 우리 조합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기본적으로 우리 조합원은 어려울 때도 흔들림 없이 조합을 지켜주었고,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매력적이고 재미있고 신나는 프로그램으로 꼭 오고 싶고 참여하고 싶게 만들겠습니다. 좋은 조합을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 공유링크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