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고 비우고

채비 이야기

2026.11.06 00:00

[채우고 비우고]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


<죽음 리허설>은 유튜브 채널 〈이클립스〉를 운영하는 지식 크리에이터가 지은 책이다. 이 책의 부제가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이다.

누군가의 부고를 들으면 우리는 먼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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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였대? 무슨 병이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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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답을 듣는 순간, 속으로 계산을 시작한다.

나는 그렇게까지 일하지 않으니까, 나는 조심하니까, 나는 젊으니까. 그렇게 죽음을 남의 일로 돌려놓고 나면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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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떠오른 생각과 계획은 또 ‘나중에’로 밀려난다. 하지만 이는 당신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마음이 약해서도 아니다. 원래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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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자기 장례식을 떠올려 보면, 우리는 관 속에 누워 있지 않다. 식장 한쪽에 서서 영정과 우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프로이트는 이 구경꾼을 누구도 떼어 낼 수 없다고 보았다. 죽음이 누구에게나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차례만은 상상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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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리허설>은 ‘세계척학*전집’의 여덟 번째 책으로, 프로이트와 에피쿠로스, 몽테뉴, 붓다, 파스칼, 칼라니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까지 죽음을 끝까지 들여다본 이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인문 교양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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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는 사유로, 의사는 임상으로, 심리학자는 실험으로, 소설가는 이야기로 같은 질문에 답해 왔다.

책은 네 개의 파트로 나뉜다. 나도 죽는다는 것, 내가 없는 세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다시 살아 있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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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불타는 아파트에서 자기 죽음을 겪어 본 사람들은 왜 더 가지려는 마음이 줄었는지, 사형수의 마지막 말은 왜 상상보다 밝았는지 같은 실험과 사례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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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장에는 직접 해 볼 수 있는 ‘리허설’이 붙어 있어, 읽은 생각을 오늘 하루에 옮겨 볼 수도 있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하나의 정답을 내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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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엇갈리는 답들을 나란히 놓고, 그 생각을 오늘의 삶에 쓸 수 있게 옮긴다. 시한부 선고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몇 번씩 삶의 일부가 끝나는 날을 맞는다. 그런 날에도 이 책의 생각은 그대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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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미뤄 둔 전화 한 통, 하지 못한 말, 나중으로 넘긴 일을 떠올리게 된다. 끝을 셈에 넣고 나면 오늘이 조금 다르게 보일 것이다. 잠시 머무는 손님에게는 누구나 가장 좋은 잔을 꺼낸다는 저자의 말처럼, 머물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 때 우리는 오늘을 조금 더 정성껏 대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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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빼놓은 삶은 끝내 가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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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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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학’은 철학의 오타가 아니라 ‘척하기 좋은 학문’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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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고 비우고’는 삶과 죽음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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