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 낙엽은 떨어지고, 음악 소리는 허공으로 흩어지며 비눗방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또 우울한 생각, 두려움과 같은 감정들도 결국은 지나간다. 이처럼 모든 것은 결국 지나가고, 변하거나 사라진다.
『사라지는 것들』은 알레마냐 특유의 따뜻함과 장난기 넘치는 표현 그리고 상상력이 돋보이는 감각적인 그림책이다. 먼저 작가는 트레이싱지라는 반투명 재질의 종이를 사용해 ‘사라지는 것’들을 직관적으로 구현해 냈다. 여기서 트레이싱지는 단지 ‘사라지는 것들’을 구현하는 하나의 장치로만 그치지 않고, 종이가 가진 고유의 재질적 요소와 특성이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림책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먼저 가장 첫 장을 넘기면 손 위에 한 마리의 새가 올라가 있는 장면이 펼쳐진다. 그 새는 트레이싱지에 그려진 새로, 트레이싱지를 넘기면 마치 새가 손에서 날아가 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또 그다음 장엔 자고 있는 한 소녀가 있는데, 소녀의 자는 눈이 그려진 트레이싱지를 넘기면 소녀는 눈을 번쩍 뜨고 옆에 있던 고양이가 자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잠이 사라지는 것을 이렇게 재미나게 표현한 것이다. 풍성했던 머리카락은 기다란 콧수염이 되고, 찻잔의 김은 컵케이크 위의 달콤한 휘핑크림으로 변한다. 또 두려움같이 눈으로 볼 수 없는 감정은 괴물로 비유하는 등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 발췌)
‘메멘토모리’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이며, 삶과 죽음에 관련한 문화 컨텐츠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