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주민 자조모임에서 함께 했던 주민(고 장OO)께서 5년 전 지병으로 돌아가셨고, 부산시 동구청 공영장례 첫 번째 사례로 영락공원 영락원 지하 무연고 봉안실에 봉안되셨습니다. 지하 무연고실에 봉안된 고인은 5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산골 처리’됩니다.
오랫동안 다양한 활동을 함께 했던 ‘내미는마음’ 주민들은 고인을 그렇게 보내드릴 수 없다고 판단하여, 우리가 연고자로 신청해 직접 산골을 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서로 돌보며 공동체 관계를 맺어왔던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사진들을 연도별로 정리해 동구청에 연고자 신청서를 제출했고, 어렵지 않게 제가 연고자로 지정되었습니다.
오늘 오전, 고인의 유골을 인수하여 당시 함께 했던 분들과 영락공원 영락정에서 직접 산골 의식을 진행했습니다. 고인이 다녔던 교회 목사님께서 간단히 의식을 집전해 주셨고, 참석자들에게 점심식사도 대접해 주셨습니다.
최근 부산 영락공원에서는 공간 부족 문제로, 목함에 모셔진 무연고 사망자 봉안함을 빨간색 앨범 크기로 줄여 다시 모시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고인을 모시던 공간에 이제는 네 명의 고인을 모실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이는 봉안실 공간 부족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족이 있는 일반인들은 해당되지 않고 무연고 사망자만 해당됩니다.
어쨌든, 영락공원 직원들에 의해 별다른 의식 없이 산골로 ‘처리’되는 것 대신, 생전에 함께 했던 이들과 고인의 추억과 기억을 나누며 작별의 공동체가 만남의 공동체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의미 있게 산골 의식을 진행했습니다.
고인이 살아 계실 때 목사님과 모임 주민들은 고인을 가족보다 더 정성스럽게 돌보았습니다. 병원 수발, 쪽방 방문, 알코올 병원 동행, 수술 보호자 등 말로 다 할 수 없는 지인들의 돌봄과 헌신이 있었습니다.
돌아가셨을 때는 공영장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행정 담당자와 말도 되지 않는 사항으로 실랑이하며, 주위 단체와 지인들의 십시일반으로 공영장례를 1일장으로 차분하고 존엄하게 치를 수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지 5년이 지난 오늘, 행정 업무 절차 중 하나로 ‘산골 처리’되는 것 대신, 사회적 가족인 지인들이 연고자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아 최소한의 존엄한 의식을 치르고 산골을 진행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사실 일부러 사례를 만들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행정 담당자들도 거의 처음 경험하는 사례이다 보니 조심스럽게 여러 번 확인하며 처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로 돌봄의 관계를 증명하는 자료가 분명하다 보니, 타인을 연고자로 지정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다른 사람의 '연고자'가 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가족이 되어가는 마지막 단계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공영장례 조문단으로 활동하면서 고인의 연고자로 지인이 지정받도록 도와드린 경험이 몇 번 있었는데, 그 덕분에 제가 연고자로 지정받는 과정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