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젊고 멋졌던 산양은 이제 지팡이 없이 한 걸음도 걷지 못하는 늙은 산양이 되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던 어느 날, 늙은 산양은 자꾸만 지팡이를 놓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죽음이 가까이 왔음을 직감한다. ‘그래, 죽기 딱 좋은 곳으로 떠나자.’ 늙은 산양은 커다란 짐을 들고 집을 나선다.늙은 산양은 젊은 시절 멋지게 누비던 너른 들판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늙은 산양은 발조차 디딜 수 없을 만큼 혈기 왕성한 동물들 차지였다. 늙은 산양은 젊은 시절 단숨에 오르고 내리던 높은 절벽을 찾아간다. 그러나 어마어마하게 높은 절벽을 보자 늙은 산양은 숨이 턱 하고 막힌다. 잠시 주춤했던 늙은 산양은 늘 목을 축이던 시원한 강가를 찾지만 그곳에서 늙고 힘없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쓸쓸하게 돌아선다.
늙은 산양은 지팡이가 필요 없는 자기 모습을 상상한다. 마지막 모습, 바라는 대로 기억될 수 있을까? 산양은 죽음이 왔음을 확신하고, 멋진 죽음에 집착한다. 멋지게 죽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산양의 모습은 자칫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생의 마지막 욕망을 위해 노력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죽음을 향해 가는 길에 쇠약하게 무너지는 몸으로 젊은 날 행복했던 기억을 순례하는 늙은 산양. 늙은 산양의 긴 여정은 죽음을 향해 가는 우리 모두에게 마지막 인사처럼 들린다.
”마지막으로 멋지게 달리다 죽는 거야.”
멋진 죽음을 준비하는 늙은 산양에게 찾아온 죽음. 그런데 그것은 참 아이러니했다. 늙은 산양은 매일 고단한 몸을 누이던 그곳, 너무나 평범한 자신의 침대에서 잠자는 것처럼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잠자는 것처럼 평온하게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날처럼. 편하게 쉬는 늙은 산양의 얼굴 위로 얼핏 미소가 스친다고 느끼는 순간, 어느 늙은 산양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 발췌)
‘메멘토모리’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이며, 삶과 죽음에 관련한 문화 컨텐츠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