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장례

장례 후기

2026.06.12 00:00

[채비추모장례 이야기] 모의가 실제가 된 날

  • 최고관리자 202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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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번 행사의 기획은 모의 추모식이었다. 채비 추모식의 구조와 의례 요소를 교육 목적으로 시연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마침 참가자인 기린 선생님의 어머니, 故 백○○님의 1주기가 이날과 가까운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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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강의로 시작했다. 강의는 내 웃는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되었다. "이게 제 영정사진입니다."라는 말에 참가자들은 놀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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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는 엄숙할 필요가 없다. 장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인이 남은 이들의 공동체 안에서 **"기억되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가 함께 품앗이로 치르던 전통적인 장례는 조의금, 근조화, 형식적인 조문으로 대체되면서, 정작 고인의 존재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채비는 고인을 다시 장례의 중심으로 불러오는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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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후에는 조문보 작성 실습이 이어졌다. 한 참가자가 어머니를 대상으로 생애사를 작성하다가 빈칸을 채우지 못하겠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직 살아 계신 어머니를 그 형식 안에 넣는 일이 감당이 안 되었던 것이다. 죽음을 직면하는 일은 자연스러우면서도 피해 갈 수 없는 일이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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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후, 추모식이 시작되었다. 참석한 25명 중 대부분은 故 백○○님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조문보가 낭독되자 고인의 삶이 말로써 살아났다.

이어서 추모 영상이 상영되었고, 기린 선생님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살아 계실 때 더 잘해드리지 못했다"는 회한과 "더 다정한 딸이 되지 못했다"는 절절한 마음이 모두의 가슴을 적셨다. 고인을 모르던 25명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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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 테이블에 놓인 고인의 유품들은 한 사람의 삶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노래를 추모송으로 함께 부르기도 했다. 어머니는 유명한 젊은 트로트 가수의 노래를 좋아하셨고, 언젠가 따님과 함께 콘서트에 다녀온 뒤 "한참 젊어진 기분이 든다"고 말씀하셨다는 일화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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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한 참가자는 "우리 엄마는 무슨 노래를 좋아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런 반응은 채비 강의 현장에서 자주 확인되는 공통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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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식의 마지막은 허깅(Hugging)으로 마무리되었다. 헌화를 마친 후 줄을 지어 서로를 안아주었다. 낯설지 않은 순간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서로를 안아주는 그 경험은 언어를 초월한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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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식을 마칠 무렵, 한 참가자가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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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가 사라진 지금, 추모식은 제사를 대체하는 애도의 방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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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다. 추모식은 제사가 담았던 기억, 관계의 확인, 공동체의 재결속을 살아 있는 사람 중심으로 재구성한 의례다. 이날 나이듦연구소의 25명이 이를 몸소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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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백○○ 어머님,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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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강의 현장에는 채비 플래너 1기 졸업생이신 이○○ 선생님께서도 함께해주셔서 애도에 관한 귀한 말씀을 나누어주셨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꽤 오랜만에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교우를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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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삶의 끝이지만, 최근의 경험을 돌아보면 삶과 죽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끼리도 연결해준다. 나이듦연구소는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는 소중한 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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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채비가 이러한 깊이 있는 사유를 잘 공유받아, 더 많은 의미 있는 장례 현장을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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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욱 채비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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