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장례
장례 후기
[채비추모장례 이야기] 채비장례에는 조등을 달자
- 최고관리자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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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름다운 이별의 방식
우리 조합의 채비장례는 고인을 기억하고, 슬픔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표현하며 공유할 수 있는 작고 아름다운 장례방식이다. 여기서 '작다'라는 것은 규모의 소박함을, '아름답다'라는 것은 그 안에 담긴 깊이와 온기를 뜻한다.
채비장례의 특별함은 추모식과 조문 과정에서 만나는 예술적 요소들에 있다. 노래하고, 영상을 보고, 헌화를 하고, 편지를 쓰고, 이야기를 듣고 울고 웃는 모든 순간이 예술적 경험이 되어 유족과 조문객을 애도의 현장에 온전히 서 있게 하고, 내면의 모든 감정을 자연스럽게 꺼내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간단한 몸 작업을 통해 지친 유족에게 휴식을 주고자 하는 고민을 관련 분야 전문가 조합원들과 하고 있다.
마음을 깨우는 오브제들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바로 오브제들이다. 메모리얼트리와 메모리얼 포스트, 제단과 꽃, 초, 영정, 조문보, 작은 부의함, 메모리얼테이블과 고인이 즐기던 음식이 어우러져 단순한 장례식장이 아닌 하나의 예술 공간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슬픔 속에서도 위로를 찾으며, 이별 속에서도 사랑을 확인한다. 최근에 공간채비에서 애도장례를 치렀던 어떤 공동체는 미러볼을 달았다. 매우 낯설었지만 깊이 마음에 남았다.
더 풍성한 예술적 참여를 위하여
이런 아름다운 방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조합원 중에는 이런 욕구와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채비장례를 더 예술적이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만들어갈 방법들을 함께 고민하고, 각자의 재능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작고 아름다운 장례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가꾸어 나가는 자리가 만들어진다면 너무나 뜻깊은 사건이 될 것 같다.
조등을 걸어보자
그 첫걸음으로 ‘조등(弔燈)’을 걸어보고 싶다. 조등은 어두운 죽음의 길을 안내하는 빛이다. 상실과 슬픔으로 아득해진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채비장례에 조등을 걸어보자는 것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예술적, 공동체적 경험으로서의 채비장례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고인을 기억하고, 슬픔을 나누는 더 아름다운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이란 혼자 가는 길이지만, 애도는 공동체의 몫이다. 장례 현장에서 나누는 애도는 물론, 그것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도 공동체로 함께 하는 것이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된 가장 첫 번째 목표라고 생각해본다.
채비플래너 전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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