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장례
장례 후기
[채비추모장례 이야기]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최고관리자 20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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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삶은 끝났지만, 님의 넋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고 김희원 님을 추모하며
우리가 모두 사랑하는 김희원 님은 지난 1월 23일에 이 땅에서의 삶을 마쳤지만, 님의 넋은 결코 끝난 것이 아닙니다. 한강 작가의 말처럼 님의 넋은 그 삶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우리들의 삶과 역사 속에서 만들어 갈 것입니다. 님의 일생을 돌이켜 볼 때 가장 빛나는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은 노무현과 함께한 민주와 정의를 위한 역사, 그리고 민족문제연구소의 지역지부장으로서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보낸 열정의 기간이었습니다.
저와 님의 관계는 노무현시민학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었고 님은 수강생으로 참여하여 노무현시민학교 1기 졸업생을 대표하여 동창회장이 되었습니다. 님은 노무현과 노무현의 학생임을 너무나 자랑스럽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님의 삶은 2009년 이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롭게 거듭났습니다. 당시 우리 가운데 혜성처럼 나타난 아주 멋쟁이였던 님의 다채로운 말과 역동적인 행동은 우리를 때로 놀라게 하였고 때로 새로운 힘을 주었습니다. 님의 삶에서 노무현은 원동력이었고 목표였고 최고의 가치였습니다. 그래서 님은 언제자 우리 가운데 빛나는 강력한 빛이었습니다.
그 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저는 님과 아주 가까운 페북 친구로 지냈습니다. 저는 여러 차례 이런저런 모임으로 님이 건축한 연수리 통나무집을 방문하였습니다. 님이 우리에게 미래의 꿈과 희망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사회와 나라의 모습을 힘주어 말할 때 깊은 감동과 공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님은 많은 페북 친구들과 함께 역사의 명암이 갈릴 때마다 페북을 통하여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글들에서 우리는 님의 열정, 님의 아픔, 님의 희망과 꿈 그리고 님의 사소한 생활의 감정까지도 실감 나게 읽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페북에서 아주 드물게 제가 하고 깊은 말만 짧게 쓰곤 해서 님과 조금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님의 페북을 읽어가면서 간간이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님은 꼭 내게 답글을 주셨습니다. 그러나 님이 매우 아프기 시작한 몇 달 전부터 저는 님의 페이스북을 의도적으로 외면했습니다. 그 아픈 글을 대하기가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더 살아야 하는데, 아니 이렇게 삶이 끝나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 속에서 저는 님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서 마음만 안타깝고 서러웠습니다.
님이 쓸쓸히 죽음을 받아들이던 그즈음에 추모사를 해달라는 노무현재단 측의 요청을 받고 최근에 올리신 님의 페북을 열어 보았습니다. 여기 가장 최근의 메시지에서 의미 있는 내용을 다시 더듬어 읽으면서 님의 삶에서 님에게 역사란 무엇인가를 살펴보겠습니다. 지금부터 가장 가까운 시일에 남기신 페북의 글을 인용합니다.
이제 페친님들의 글에 ‘좋아요’를 누를 수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긴 여행 중에도 페친 님들 마음속 글은 제게 전해질 겁니다. 당분간 계정도 유지합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으로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5.01.21.)
이번에야말로 나라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이다. 이 자들에게 마지막 본보기를 보여 다시는 헛된 꿈을 꾸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2025.01.07.)
나 잘살았는데 아직도 삶에 미련이 남았나 보다. (2025.01.05.)
새해 아프지 마시고 또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시길/바랍니다. (2025.01.01.)
님은 순수했습니다. 님은 정직하고 솔직했습니다. 님은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꿈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몸이 아파도 님은 결코 민주 역사 현장을 떠난 일이 없었습니다. 이제 님이 남겨 놓으신 그 꿈은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하는 것도 이 과제를 확인하기 위한 그것으로 생각합니다. 임은 그것을 원하고 바라실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님은 우리 곁을 떠나가시지만 우리는 결코 임을 보내드리지 않습니다. 아니 이대로 그냥 보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임이 그리던 진정한 자유와 민주가 이루어지는 날 다시 님 앞에 나가서 그 기쁨과 영광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여전히 이 역사 안에서 님은 넋으로 영원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저는 님이 2024년 6월 18일에 남기신 시를 읽어드리려고 합니다.
사노라면 버려야 하는 꿈도 있고
사노라면 잊어야 하는 꿈도 있다.
그날이 오늘이라면
기쁘게 받고 즐겁게 받자
정성을 다했으니 미련도 없고 슬픔도 없다
이제 긴 여행을 가자
언제나 그랬듯이. 언제나 그랬듯이.
긴 여행을 떠나시는 김희원 동지여! 이제 고통도 눈물도 외로움도 서러움도 그리고 죽음도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세요. 님의 삶은 끝났지만, 님의 넋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넋이 새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코 님과 작별하지 않겠습니다.
이재정 초대 노무현시민학교 교장(제33대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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