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장례

장례 후기

2023.11.12 00:00

[채비추모장례 이야기] 고인(故人)은 죽지 않는다

  • 최고관리자 202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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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추모식 장례를 문의하거나, 추모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유족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대체로 일치되는 동기는 떠나가는 가족을 기억하고 아름답게 보내고 싶은 바람이다.

어떤 이들은 고인(故人)이 아무것도 모르는데 추모식을 하고 깊고 풍부한 애도를 표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물론 팩트는 맞는 말이다. 고인의 육체는 죽고, 인식은 없지만 유족과 지인의 마음속에 고인은 여전히 살아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깃들은 고인과의 추억은 단순한 기억 데이터가 아니다.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고인은 살고 있다.

유족과 지인은 그 기억을 가슴에 품고 그를 계속 돌보며 산다. 참 신비한 일이다. 그래서 죽음이란 사건은 던져버리는 끝이 아니라 좋은 마무리이어야 한다.

추모식에서 고인의 생애사를 간단히 듣고, 추모영상으로는 장면들을 보고, 가능한 모든 사람이 격식없는 작별인사로 애도를 말한다. 할 수 있는 만큼 슬픔을 쏟아내는 시간이다. 그래도 되는 안전한 시간이다. 이어서 고인의 유품을 가지고 추억을 나누다 보면 행복했던 추억들이 몽글몽글 떠올라 웃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하고, 우스개소리도 한다.

진행자의 관점에서 이때 신비한 현상을 본다. 사람들을 두르고 있던 무거운 장막이 걷어지는 느낌이 든다. 진행자 개인의 느낌이다. 어쨌든 이후로 유족과 조문인들의 표정은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다. 죽음과 상실을 조금은 이겨내고 품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추모식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처음에 의도한 장례문화개선에 관한 목표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기대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다양한 애도와 추모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헤아릴 수 없이 깊다가도, 때로는 한없이 가벼운 애도를 만나기도 한다.

한겨레두레의 채비가 쏘아 올렸지만, 움직이게 하는 것은 유족들의 힘이라는 것을 계속 실감한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비즈니스와 관습이라는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항해 할 수 있을지는 계속 가봐야 알 것 같다.

애도하는 조합원이 있으니...

전승욱 | 채비장례 추모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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