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장례

장례 후기

2024.04.01 00:00

[채비추모장례 이야기] 공간채비에 애도의 꽃이 피었습니다

  • 최고관리자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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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입니다. 아직 추위가 다 가시지는 않았지만. 공간채비에 꽃이 피고 풀들이 푸르러 지기 시작합니다. 그 중 하얀 목련은 단연 돋보입니다. 아주 하얗고 풍성한 꽃 봉우리가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3~4월에는 공간채비에서 추모식이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모두 연로하신 어머니셨습니다. 두 어머니 모두 젊은 시절부터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가난한 중에 자녀들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일을 다 하셨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그냥 보내기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손님들에게 육개장 대접하고 부의 받고 끝내기는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이 너무 깊었을 것입니다.

두 집이 추모하는 방식은 달랐습니다. 한 집은 어머니의 형제와 자녀들이 있는 힘을 다해서 작별을 토했습니다. 상실의 아픔을 나누었습니다. 또 다른 한 집은 어머니의 형제와 자녀들만 모여서 아주 조용히 어머니에 관한 유품을 셋팅하고, 조문보를 만들어 생애를 열심히 살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잔잔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두 추모식 모두 참 깊은 위로를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방식은 달랐지만 애도의 마음은 같았을 것입니다. 우리 조합원들이 공간채비에서 위로받고 쉼을 얻고 갈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채비의 마음은 먼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장례인식의 현실 바람은 차갑습니다. 채비의 능력도 인프라도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조합원의 넓은 헤아림과 격려로 현재를 버티며 나갑니다. 목표를 향해서만 죽어라 달리던 우리 사회가 호흡을 가다듬고 애도하는 일이 계속 살게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곧 깨달을 것입니다.

이제 하얗던 목련 잎도 다 떨어져 푸른 이파리만 남았습니다. 직원 중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련은 저 연두색 잎만 남을 때가 더 이뻐..."

24년 한 해 공간채비가 담아낼 애도의 충만함을 향해서 계속 가보겠습니다.

전승욱 | 채비장례 추모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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