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바로 달려와 준 곳이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었소. 조합원가입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망자가 되고 말았구려.
그 많은 짐 훌훌 벗고 떠난 그대, 그곳은 어떻소?
오늘 이웃에게 과메기 한 꾸러미를 선물 받았소. 이 맛난 것을 보니 작년 요맘때쯤 함께 모여 과메기를 먹던 때가 기억 나오. 맛난 것이 있으면 있는 데로, 부족하면 중국집 요리라도 보태서 사람을 모으고 이야기하고 왁자지껄 놀던 때가 엊그제 같소.
그대가 쓰러져 끝내 못 일어났다는 갑작스러운 비보에 큰 충격을 받았던 동네 사람들은 이제 큰 숨 한 번 돌리는 중이라오. 그대의 뜻을 이어가자며 토요일마다 ‘으싸으쌰’ 힘을 보태 주말장터를 안착시키느라 노력 중이라오. 지난주에도 ‘완판’ 했다오. 그대가 없어도 멀쩡하게 돌아가니 약간은 섭섭도 하겠소.
그대가 그렇게 애쓰고 애쓰던 협동상회도 협동조합 인가증을 받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소.
경기도사회주택연대, 경기쿱도 후배들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고, 그토록 원하던 ICA(국제협동조합연맹) 회의에 우리 협동조합 주택을 알리려고 동분서주하던 그 뜻도 잘 실행될 수 있도록 잘 챙기겠소.
그대의 영원한 반려자 혜원 샘, 이쁜 딸 지후와 연후도 우리 공동체 안에서 존중받고 안전하게 생활하고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늘 함께하겠소. 그러니 아무 걱정 말고 고단한 몸을 쉬시게.
다음 기일이 돌아오면 그대가 좋아하는 ‘파싹’ 삭은 홍어 한 접시 내오고, 과일향 듬뿍 담은 배갈 한 잔 보태 인사를 드리겠소. 군내 나는 세상사 우리의 진한 향기로 싹 덮어버리겠소.
꽃다발 놓인 그대의 온기 가득한 사무실 책상을 지나노라면 아직도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아 가슴이 미어지오. 언제라도 “어이” 하며 문 열고 나타날 것 같은 옆집 아저씨 김정원. 그곳에서는 협동조합 만든다고, 사회적경제 한다고 설치고 다니지 말고 제발 푹 쉬소서. 느긋하게 한숨 돌리며 우리를 지켜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