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채비

공간채비 이야기

2022.01.12 00:00

공간채비, 지난 1년을 돌아보며

  •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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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 해는 조합원님의 뜨거운 애정으로 공간채비가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첫째, 우리 조합의 신사업인 채비추모장례를 공간 채비에서 잘 치러냈습니다. 물론 횟수는 모두 다섯 번으로 아직 적습니다. 그러나, 공간 채비에서 추모식을 하며 고인을 보내드린 유족은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공간채비가 새로운 장례 문화를 안착시키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현해 주셨습니다.

다섯 번의 추모장례는 모습도 다 달랐습니다. 오래된 신분증과 자격증들, 종이 통장과 서류 가방 등 가족을 위해 성실히 살았던 고인의 역사를 잘 보여주기도 하고, 가짓수는 적지만 고인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돋보기안경, 트로트 가사가 적힌 한글 배움 노트, 화투, 손주들 오면 주시려고 마지막까지 주머니에 두셨던 용돈들이 유품 전시 대에 나왔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유품들은 고인의 삶의 역사를 성실하고도 따뜻하게 잘 보여주어 유족과 조문하는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울림을 주었습니다.

상주의 친구는 생전에 고인께서 해주신 따뜻한 밥을 많이 얻어먹었다고, 자신도 따뜻한 노래로 보내드리고 싶어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를 불렀습니다. 조문객 모두를 함께 노래하게 하며 눈물짓던 장면도 있었습니다.

공간채비는 충무로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지난 12월에 위스테이별내에서 故(고) 김정원 회장님의 49재를 위해 밖으로 나갔습니다. 비록 지역은 달라졌지만 공간채비가 품었던 위로와 따뜻한 분위기는 위스테이별내에서도 그대로 재현됐고, 공동체의 귀한 지도자를 보내는 자리에서 유족과 동지들의 추모를 돕고 위로하였습니다. 앞으로 지역 여기저기의 아름다운 공간이 공간 채비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추모를 이어 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1월에 모의 추모식도 있었습니다.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공동체에서 살아계신 분을 고인으로 설정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모의 추모식을 했습니다. 모의였지만 참여한 모든 분이 곁에 있는 분과 자신의 삶을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모의 추모식은 추모 장례를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또 삶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영성의 시공간으로 자리 잡으리라 기대합니다. 3월에 통일운동가 정경모 선생님의 유해 봉안식과 4월에 사회적경제 개척자 장원봉 박사님의 1주기를 공간 채비에서 진행한 일은 참 큰 영광이었습니다.

둘째, 추모식이 없는 시간을 많은 기관과 단체가 회의와 세미나로 채워주었습니다.

라이브 방송과 광고 촬영 등 일반 행사들도 다수 치러졌습니다. 우리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자체 채비교육이 매우 풍성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더불어 종교활동으로 정기대관이 이루어져 귀하게 사용되기도 합니다. 봄, 여름이면 탁 트인 테라스 전경과 푸른 잔디, 가을이면 회의실 뒤편에 자리 잡은 눈부신 노란 은행나무는 공간채비가 모임을 끌어들이는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모든 조합원의 뜨거운 성원과 애정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임인년 새해에는 공간채비가 뿌리를 더 깊이 내리고, 가지를 뻗어 상실감으로 슬픈 조합원과 지역사회에 위로의 넓은 그늘을 만들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 시대, 모이기 어려울 때 필요한 공간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원활한 사업 활동을 도울 수 있도록 공간의 기능과 분위기와 의미를 더 정비하고 향상시키겠습니다. 뜨겁게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승욱 | 공간채비, 추모장례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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