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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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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두레협동조합에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5월에 어머니 상을 치른 허미라입니다. 오래전 한 친구가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잘 죽고 싶다’ 잘 죽는 게 목표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또한 사는 것도 걱정이지만 죽는 것도 걱정인 사람 중에 하나였습니다. 잘 죽으려면 일단 가족들에게 내가 죽어서 어떻게 처리되고 싶은 지 명확히 얘기해 놓아야 하고, 그 전에 제가 죽어서 어떻게 처리되고 싶은 지를 정리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죽어서 어떻게 처리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어서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우리사회에서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에 관계하는 결혼이나 장례 문화가 철저히 상업화되어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있기 때문에 죽는 것도 마음 편하지 않겠다는 불편함, 짜증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죽는 것도 마음대로 못 죽겠구나, 남은 사람들에게도 짐을 지우고 분명히 엉터리로 죽겠구나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6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아버지 지인을 통해서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에서 장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장례지도사님께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인과 가족의 입장에서 안내해주시고 정성으로 장례 절차를 밟아주셔서 평소 걱정하던 불편함을 내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도 돌아가실 때 잘 보내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협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저의 자매들은 투병중인 어머니가 돌아가실 것을 준비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보이기도 했지만 저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누구도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고 건강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 또한 엉뚱한 데 돈 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시는 분이시기도하고 당신의 죽음을 천천히 준비해오시고 계시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살아 계실 때 어머니의 유서를 쓰는 것도 도와 드리고 어머니의 분골을 어떻게 하고 싶으신지도 얘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돈벌이에 급급한 상조회사에서 장례를 치렀으면 뻔히 보이는 상업성에 제 고통은 두 배가 되었을 것입니다. 저희는 우리 협동조합 장례지도사님의 안내를 받으며 어머니 장례를 잘 치렀습니다. 유가족의 마음, 어려움, 고민, 불편함까지 배려해주시고 무엇보다는 어머니를 고이 모셔 주시고, 유가족과 어머니가 잘 이별할 수 있도록 정성과 예의를 다해주셔서 마음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또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힘든 세월로 인해 마음의 골이 깊었던 ‘엄마’를 마음속으로 한 번씩 한 번씩 부를 수 있다는 것은 깊은 위로와 치유가 되는 일입니다. 아마도 엄마를 잘 보내드리지 못했다면 잘 치르지 못한 장례 또한 원망이 되어 ‘엄마’라는 이름을 부를 때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엄마를 보내드리고 나서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죽음을 통해서 삶을 돌아보는 공동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죽는 것을 통해서, 고인을 잘 보내드리는 것을 통해서 잘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웃 공동체가 사라지면서 많은 이들은 ‘자기’라는 독방에 갇혀 불행하게 살아갑니다. 공동체를 통해서 고립된 삶속에서 가볍고 무의미했던 것들은 조금 더 신중해지고, 홀로 진 무거움은 좀 더 가벼워 졌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죽음을 준비하지 못하셨기 때문에 저는 오랫동안 고통과 슬픔에서 놓여 나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 공동체를 통해서 저의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고 6년이 지난 지금 아버지의 죽음도 조금은 가벼이 다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죽음을 준비하셨고 조합을 통해 잘 보내드린 덕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편안히 만나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례를 잘 치러서도 있지만 장례만 치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우리 모두가 겪는 삶의 문제인 죽음에 대해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공동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것처럼 살다가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한겨례두레협동조합은 죽음과 인간적인 장례를 매개로 사람이 사는 것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감사에서 걸릴 것이 하나도 없을 만큼 투명하고 건강한 조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건강한 조직과 공동체를 꾸리기 위해 애쓰시는 조합 실무자님들과 관계자님들, 고인을 정성껏 모셔주시는 장례지도사님들의 노고에 위로와 감사를 보냅니다. 저희 어머니를 통해 조합과 인연을 맺게 되어 고맙습니다. (2018-06-28에 작성된 글을 옮겼습니다. 관리자) [수정][삭제]

허미라 조합원
2020. 05.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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