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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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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아버님 상을 치른 한두레 조합원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조합원 등록이 남편 앞으로 되어 있는지라 남편의 이름을 빌려 이렇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두레에 가입한 경위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시아버님은 1년 전쯤에 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의사의 진단으로는 길어야 1년 반이라고 했어요. 그때부터 남편은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아버님 돌아가신 뒤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동네 이웃분인 김형탁 선생님이 마침 한겨레두레 과천의왕 지역 준비위원을 하고 계셨고 평소 깊이 신뢰하는 분이라서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한두레에 가입을 했습니다. 사실 이렇께 빨리 아버님이 가시리라고는 예상치를 못했습니다. 나중에 보았더니 조합비 낸 지도 얼마 되지 않더군요. 6개월이었습니다. 아버님 댁이 구로동이라, 돌아가시기 2주쯤 전에 가까운 고대 구로병원에 모셨습니다. 그리고 구로병원 호스피스에 계시다가 숨을 거두셨습니다. 남편이 바로 한두레에 연락을 해서 장병철 선생님이 오셨는데, 아버님이 월요일 새벽 1시에 임종하셨던지라 남들 다 자는 한밤중에 SOS를 친 셈이었습니다. 그렇게 오셔서 사흘 동안 상주들과 24시간 같이 해 주시고 발인 날 장지에서 돌아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꼼꼼하게 챙겨 주셨습니다. 저희가 이것저것 산만하게 드리는 질문에도 거리낌없이 솔직하고 자상하게 답해 주셨구요. 장례식장 측에서 강권하는 물품들 가운데 필요 없는 것과 필요한 것을 명쾌하게 구분해서 거절할 것은 잘라 거절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지주가 되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실제로 예상 밖의 많은 비용을 절약하게 된 것도 다행이었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경험 없이 막중한 행사를 치르면서 그때그때 판단을 내려야 할 때 믿고 의지할 곳이 있다는 심리적 안도감이었습니다. 장병철 선생님과 박태호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려 특별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 장례도우미 선생님들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제가 눈썰미가 없어서 도우미 선생님들의 성함을 기억하고 있지 못해 죄송스럽습니다. 첫날과 둘째날 각각 세 분씩 오셔서 주방 일과 서빙을 도맡아 해주셨는데, 얼마나 척척 잘 해주셨는지 저희 식구가 따로 나서서 손님을 챙길 일이 없었고, 상주가 이렇게 편해도 되는가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답니다. 장례식장과 관련된 에피소드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장례식 첫날 오전에 메뉴 결정을 위해 남편과 둘이서 장례식장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사무실 측에서는 “상담원을 보내 주겠으니 빈소에서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잠깐 기다렸더니 한 인상 좋은 남자분이 오셔서 남편과 저, 상담원 셋이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그분이 그러더군요. “장례식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차근차근 저희가 말씀드리는 대로 하시면 다 잘 하실 수 있으세요. 사실 상조회사는 아무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는 이 말씀엔 아무 대답도 안 하고 그저 빙그레 웃었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메뉴판에서 음식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이미 장례지도사 선생님한테 코치를 받아 온 터라, 그 내용에 따라 몇 가지를 체크해서 이대로 해달라고 상담원분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상담원분이 갑자기 정색을 하면서 “반찬 한 가지는 꼭 더 하셔야 한다, 장례식장에서 이러는 법은 없다”고 하시는 거예요. 저도 순간 약간 당혹해서, “음? 진짜 그런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꿋꿋이 거부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분이 “다른 가족분들 안 계시냐, 제가 만나뵙고 말씀을 드리겠다”며 엉거주춤 일어나시는 겁니다. 저희가 어머니 뜻이 이러하니 다른 가족은 만나실 필요 없다고 했더니 “그럼 제가 어머님을 직접 만나뵙겠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무례할 수가 있나 싶었습니다. 유가족이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장례식장 측이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씌우거나 불필요한 항목들을 강매한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나더군요. 계속 고집을 피우면 아주 본데 없고 돈만 아는 불효자로 몰릴 것 같은 분위기 있잖습니까. 그런 기준을 만든 것은 바로 장례 업체들의 상술일 텐데 말입니다. 사실 장례지도사 선생님들의 존재가 아니었으면 그 상담원분의 기세에 눌려 시키는 대로 따르고 말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탐대실할까 봐 두려워서 말입니다. 기어이 어머님을 만나뵙겠다는 상담원분에게 “저희가 이 문제는 모든 가족에게 일임을 받았으니 창구는 여기로 단일화하겠다, 다른 가족 찾지 마시라”고 냉정한 티를 일부러 내며 딱 잘라 거절을 했습니다. 저희의 단호함이 전달이 됐는지 상담원분은 그냥 돌아가 주셨습니다. 이 말고도 몇 가지 과정에서 장례식장 측의 텃세가 있었습니다만 여기선 다 말씀드리기 뭣합니다. 한두레에서 모든 걸 맡아 주셨으면 좋았겠지만 장례식장 측의 고집 때문에 음식이며 기타 몇 가지는 그쪽의 요구와 관행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영역들이 있었습니다. 고대 구로병원 장례식장이 비싸다는 평판을 익히 들은 바가 있었고 실제로 그쪽에서 요구한 내역서에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시신 염하는 일을 한두레 장례지도사님들이 다 해 주시고 염 비용은 전혀 받지 않으셨는데, 장례식장 측에서 엉뚱하게 자기네 측 장례비용 집계에 “소렴, 대렴” 항목을 포함시킨 일입니다. 발인 날 식장 측과 비용 정산을 했던 남편 말에 따르면 식장 측에서는 염 장소를 대여해 준 비용이 이 항목에 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몇십만 원을 덧붙여 요구했다더군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장례식장 측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없는 내역도 짜집기해서 무슨 명목이든 만들어 청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한두레가 직접 주관하는 영역들에서 워낙 절감을 해주신 덕에 총비용은 예상 밖으로 훨씬 적게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관행”이란 이름으로 장례식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절차와 범절들 가운데 어떤 것이 핵심이고 어떤 것이 허례 허식인지, 사실 저희는 잘 알지 못합니다. 집안마다 다르고 지역마다 다르겠지요. 따로 특별한 기준이 없는 저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시신을 볼모로 잡고 있는 장례식장 측의 권위가 가장 클 것입니다. 그 권위를 따르는 것이 편하기도 하겠고요. 이 권위가 개입하여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남아 있는 가족들의 사회적 체면을 서로 혼동하게끔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 식의 근거 빈약한 상업적 권위 말고, 유가족이 각자의 마음 속에 내적인 권위와 기준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에게 전반적인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 접대에 관해서 또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음식 도우미 선생님들이 참으로 싹싹하고 알뜰하게 내 일처럼 주방 살림을 해 주셔서 식구들이 다 놀라고 좋아했습니다. 특히 저의 형님이나 시숙모님들 같이 여성분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셨어요. 한두레의 도움을 받으면 음식 낭비가 30% 이상 절감된다는 말이 사실이더군요. 게다가 경험 많으신 도우미 선생님이 손님 수 계산과 음식 주문 결정을 절묘하게 판단하고 운용하셔서 발인 직전까지 음식 분량이 기가 막히게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저희로서는 참으로 놀랍고 감사합니다만 다른 경우, 예를 들어 풍성한 손님 접대를 중시하는 집안이라든가 지방에서는 다소간 알력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2년 전 대구에 계신 저희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을 생각해 보면 집안 어른들의 분위기가 손님 상에 한 접시라도 뭐가 부족하다 싶으면 불호령이 떨어지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래서 상주 중에 한 사람이 끊임없이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먹지도 않는 음식을 더 권하고 떨어진 음식을 채워 드리고 해야 했습니다.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어느 집 결혼식 장례식 음식이 (맛이, 양이) 어떻더라” 하는 평판이 상당히 중요하지 않습니까. 손님 접대는 장례 물품을 비싼 것으로 선택한다거나 화려한 제삿상을 차린다거나 하는 것과는 달라 그저 유가족의 체면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좀더 기본적인 정성과 예의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지요. 참 복잡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 접대가 소홀하다고 저희에게 직접적인 말이 들어온 것은 없었습니다. 제가 일부러 친지들 여러 분께 음식이 어떠냐고 직접 여쭈어 보기도 했는데 다들 “괜찮다, 먹을 만하다, 맛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다만 도우미 선생님들이 일하시는 기본 철학에서 “음식 낭비를 철저하게 줄인다”는 원칙이 대단히 강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습니다. 저희는 그 정도로 강한 원칙이 내면화되어 있지는 않은 탓에, “아, 좀더 풍족하게 내셔도 괜찮지 않을까…” “좀 남더라도 여유 있게 주문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마음이 왔다갔다 했던 것도 사실이구요. 이 부분에 관해서 저희가 미리 조합의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을 숙지하고 있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의 경우에 대비해서, 장례지도사 선생님들이 미리 상주에게 “우리 도우미분들의 원칙은 이러이러하니 협조를 바란다”는 식으로 귀뜸을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님 장례를 치르고 나서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했습니다. 한겨레두레 상포계에 가입을 해두어서 참 다행이었고, 덕분에 예상치도 못했던 여유와 안도감을 가지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가 우왕좌왕하면서 장례지도사 선생님들이나 도우미 선생님들께 실수도 많이 저질렀습니다. 그에 대한 코멘트나 섭섭하셨던 점을 허심탄회하게 듣는 기회를 갖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만, 쉽지 않겠지요? 해서 <유가족들, 경황이 없어도 이런 점은 주의합시다> 같은 매뉴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장례지도사의 일상에 관해 제가 궁금해해서 장병철 선생님이 <굿바이>라는 일본 영화를 추천해 주셨는데, 꼭 한번 구해 보겠습니다. 애초에 저희가 한두레에 가입한 계기는 두 가지였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상주가 되어 큰 행사를 치러야 한다는 불안감, 그리고 기왕에 해야 하는 일이라면 좋은 뜻을 갖고 일하시는 분들과 인연을 갖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었습니다. 한두레는 이 두 가지 계기를 모두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장례식에 오신 친지들께도 그 자리에서 자신 있게 권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각 테이블 수저통 옆에 꽂아 두신 한두레 소개용 브로셔를 가까운 친구들한테 보이는 대로 집어다 찔러 주고 권하곤 했습니다. 조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만 어떨는지 모르겠습니다. 추운 겨울이 성큼 다가왔네요. 엄동에 장례식장과 장지를 뛰어다니실 선생님들 몸 간수 잘 하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3-11-20에 작성된 글을 옮겼습니다. 관리자) [수정][삭제]

권기흥 조합원
2020. 05.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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